유휴지란 무엇이며, 왜 문화적으로 주목받고 있나요?
유휴지는 일정 기간 동안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토지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공장 이전지, 폐교 부지, 철도 유휴지, 재개발 지연지역, 혹은 단순한 공터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이들 대부분은 도시나 농촌 어디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전에는 이러한 공간이 방치되어 쓰레기장이 되거나 안전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문화적으로 재해석하고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목할 만합니다.
문화적 활용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공간을 치우고 미화하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지역 공동체의 필요와 연결하는 작업을 포함합니다. 유휴지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경우, 그 공간은 단지 외형을 바꾸는 것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되며, 주민 참여 기반의 지속 가능한 장소로 거듭나게 됩니다. 문화는 거창한 구조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태어날 수 있다는 관점의 전환이 이러한 활용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 인근에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폐교 부지가 있었습니다. 아무런 용도 없이 수년간 버려진 그 공간은 풀과 잡초만 무성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제안으로 ‘마을 문화학교’로 탈바꿈하였습니다. 그 과정은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서, 마을 사람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공간을 구성하고,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문화라는 것이 꼭 전문가의 손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님을, 유휴지 활용을 통해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유휴지 문화활용의 대표적 사례들
유휴지를 문화적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을 바탕으로 한 사례는 지속 가능성과 의미 전달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부근의 철도 유휴지 공간은 이전까지 쓰레기 무단 투기와 야생 식물 번식지로 활용되고 있던 공간이었으나, 지역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기획한 문화 놀이터로 재탄생한 이후 지역 아동과 가족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작은 전시, 공연, 마켓 등이 이루어지며, 주민 주도형 문화기획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의 한 구도심에서는 철거된 주택지 일부가 텃밭과 문화마당으로 조성되어, 인근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주말마다 소규모 공연과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고령의 주민들이 많은 지역이지만, 유휴지를 통해 이웃 간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인상 깊은 사례입니다. 특히 인근 초등학교와 연계한 생태·문화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어, 공간이 단순한 ‘볼거리’에서 ‘배움과 참여의 장’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해외에서도 유휴지를 활용한 문화공간은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의 폐창고 지역은 지역 예술가의 작업실과 주민 워크숍 공간으로 재탄생했으며, 이탈리아 남부의 버려진 교회는 지역 공동체 아트센터로 탈바꿈하여 연극과 음악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유휴지가 더 이상 도시 문제의 부산물이 아니라, 문화적 창조를 위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저 역시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유휴지 조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공간은 결국 ‘사람의 손과 시선이 닿을 때’ 살아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수풀을 걷어내고, 오래된 구조물을 닦고, 첫 작은 텃밭을 일구는 그 순간부터, 그 땅은 더 이상 유휴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문화가 자라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유휴지 문화활용의 방법과 가능성
유휴지를 문화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꼭 거창한 예산이나 거대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공간에 대한 애정과 실천의지, 그리고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여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마을 청소 활동이나 벽화 그리기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벤치 하나를 놓고, 작은 공연을 열고, 마을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드는 일로 확장된다면, 그 공간은 점점 ‘사람이 머무는 문화공간’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문화기획자나 행정 담당자는 이러한 주민 주도형 프로젝트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자원을 제공해야 하며, 지역 작가나 청년 기획자들과의 협업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마을기록 활동이나 공동체 예술 프로젝트와 유휴지를 결합하면, 공간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품은 장소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미적 재생을 넘어서 문화적 연속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또한 유휴지 활용은 교육과 생태, 복지와도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유휴지를 조사하고, 직접 공간 기획을 해보는 수업은 문화교육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으며, 노년층을 위한 문화치유 공간으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자체별로 유휴지를 데이터화하고, 시민이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이러한 활동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가 참여한 어느 문화재생 포럼에서는 “작은 공터에 대한 관찰이 한 도시의 문화성을 바꾼다”는 발표가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문화는 거대한 조형물이나 화려한 프로그램에서만 탄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던 공간 하나에 관심을 갖고, 그 안에 생명과 이야기를 불어넣는 그 순간부터 문화는 시작됩니다. 유휴지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디스크립션 요약
유휴지 문화활용은 방치된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실천적 활동입니다. 이 글에서는 유휴지의 의미, 국내외 활용 사례,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접근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하였습니다. 더 이상 무심히 지나치는 공터가 아닌, 모두의 문화 씨앗이 자랄 수 있는 공간으로 유휴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