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문화의 터전입니다
전통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활동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우리 생활문화의 집합소라 할 수 있습니다. 상인과 손님 간의 정겨운 인사, 골목마다 흐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손때 묻은 좌판과 손수 만든 간판, 그리고 대대로 이어온 먹거리와 수공예품까지, 시장 안에는 삶의 리듬과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시장은 단순한 판매 장소가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자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은 각 지역의 역사와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충청도의 한 재래시장은 조선 시대 장시(정기시장)에서 유래한 곳이었고, 지금도 장날마다 풍물패가 시장 어귀에서 북을 울리며 장터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농경사회에서 공동체가 함께 모이고 정보를 나누며 살아갔던 방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장 안에서 오가는 물건만큼이나 오가는 이야기가 풍부하며, 이는 곧 지역의 기억을 담고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통시장에 들를 때마다 단순한 쇼핑 이상의 경험을 하곤 합니다. 시장의 좁은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오래된 떡집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떡의 유래,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약초상인의 자부심 가득한 설명 등은 그 어떤 문화재보다도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전통시장은 그렇게 지금도 우리 곁에서 숨 쉬며 삶의 흔적을 전해주는 공간입니다.
전통시장 문화자원이 지닌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
전통시장은 단순한 경제활동의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의 정체성과 문화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시장을 이루고 있는 상점의 구조, 판매되는 상품의 종류, 상인들의 삶의 방식, 그리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의례와 관습 등은 모두 소중한 문화적 자원입니다. 이처럼 전통시장은 유형과 무형의 문화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단순히 ‘낡은 시설’이나 ‘재개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특히 시장에서 전해지는 말문화, 즉 사투리와 억양, 상인들만이 사용하는 고유한 용어들은 세대를 거쳐 전승된 구술 문화의 일종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는 문헌으로 남지 않지만, 그 시대 사람들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매우 중요한 무형문화자원입니다. 또한 지역 음식이나 전통 수공예품은 관광자원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아,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한 문화 관광이 점차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가 몇 해 전 방문했던 경북 영주의 시장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인견 한복을 제작하는 장인이 여전히 작업장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6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옷을 만들며, 가족 대대로 내려온 제작법을 유지해 오셨고, 그 안에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정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러한 장인의 삶은 시장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유산임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이라는 공간은 이렇게 사람과 기술, 전통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문화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전통시장 문화자원 지키기
전통시장 문화자원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관심과 참여입니다. 평소에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전통시장은 다소 불편하거나 낯선 공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전통시장을 찾아가고, 그곳의 물건을 구매하고,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 자체가 곧 문화자원 보호의 출발점이 됩니다. 작은 행동이지만, 그것이 모여 전통시장의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또한 전통시장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실천입니다. 시장 안의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고,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리는 일은 전통시장을 단지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문화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데 기여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전통시장을 재해석하고, 디자인이나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시도는 전통의 현대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장 속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이를 문화관광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진행되는 풍물놀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 체험, 상인의 이야기를 엮은 스토리텔링 프로그램 등이 그 예입니다. 저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단순한 전통 체험을 넘어,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전통시장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며,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문화의 장입니다. 우리가 그 속에서 살아 있는 문화자원을 발견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닌 한국 사회의 문화적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스크립션
전통시장은 단순한 거래 공간이 아니라 우리 생활문화의 보고이며, 지역 정체성과 무형문화자원을 간직한 중요한 공간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통시장이 지닌 문화자원적 가치, 보존의 필요성, 그리고 일반인이 실천할 수 있는 보호 방법에 대해 서술하였습니다.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은 곧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상 속 전통시장 방문을 통해 살아 있는 문화를 직접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